제로투원의 저자 피터틸은 페이팔 창업 당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 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고 한다. 미국의 글로벌기업을 생각하면 성과위주의 차가운 기업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직장 동료들과 일을 하는게 아닌 즐겁게 '생활'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는 자유도가 높은  IT 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종에서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일은 '업무' 가 아닌 본인의 '미션' 이고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직장인들에게 꿈만 같은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을 좋은 직장동료들과 일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일은 '업무' 일 뿐이며 하루 하루 해결해야할 '과제' 일 것이다. 또한 직장에서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잘 진행되는 일도 안풀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즐겁게 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인이 즐겁게 일했던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입사원 시절 야근을 하며 만들었던 보고자료가 좋은 피드백을 받은 기억이 난다. 상무님을 포함한 전략과제 회의 시간이었다. 전날 야근을 하며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며 만들었다. ‘좋은 자료 잘 보았습니다. 자사에서 이런 방향은 검토해볼만 하네요.’ 라는 의견을 받았다. 야근을 하며 만들었던 자료가 인정을 받았다. 기분이 좋았었다. 혼자서 국외에 있는 글로벌 기업에 출장을 가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온 적도 있다. 윗 상사분께 어려운 일을 하고 왔다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 해내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서 하는 일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아 졌다. 절대로 일을 혼자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혼자서 마무리한 일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어도 다른 동료들과 연관고리가 없으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는 다른 부서 사람이 있다. 관련된 업무가 많다보니 같이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 일하는 방식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서 금새 친해졌다. 가끔은 점심도 같이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그 사람과 같이 일을 진행하면 서로가 어떤 것이 필요한지 금방 알았다. 전화가 자주 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같이 일한다는 느낌 보다는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서 토론하고 발전시키는 느낌이었다. 관련 업무는 일정표보다 일찍 끝마칠 수 있었다.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되었다. 친한 친구와는 같이 일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면 일도 즐거워 지고 관계도 넓어진다. 보통 직장에서는 팀이나 부서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회식’ 을 한다. 폭탄주와 취한 사람에게 듣는 설교가 떠오른다. 특히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억지로 웃고 대화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상사앞에서 친한척을 하며 억지 웃음을 짓는다. 서로 술에 취해서 웃고 떠들지만 다음날이 되면 다시 서먹해진다. 서로 친해지고 같이 일하기 편하도록 하는 회식이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직장에서 신뢰하는 친구 혹은 동료가 있는가? 신뢰하고 협력할만한 동료가 있다면 직장생활에서의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  


  제니 다로치 (Jenny Darroch) 는 그의 저서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이 소용없는 이유' 에서 여성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를 이야기 하였다. 실패하는 전략은 대부분 소비자를 성별로 나누었다. 단순하게 여성으로 생각하고 그들은 비슷한 소비행태를 가진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명백한 오류였다. 여성을 '소비자' 가 아닌 '여성' 이라는 틀로 묶어버리면, 볼 수 있는 관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여성도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취향이 다르고 소비금액이 다른 것을 간과한 것이다. 고객이 아닌 ‘여성고객’ 으로 판단된 소비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직장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공대생이다. 이는 여성들과는 인연이 멀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대여자’ 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건축이나 기계쪽 학과는 여학생이 없는 곳도 있다. 이런 특성상 여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것이 어렵다. 교양수업 외에는 같이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일을 같이 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이런 내가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청일점이 될 줄은 몰랐다. 팀장을 제외한 팀원들 모두가 여성인 신사업 개발팀 이었다. 팀장과의 첫 면담에서 남자 둘이서 잘지내 보자는 말을 들었다. 생각해보면 팀장도 여성과 남성 직장인을 나누어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화학-바이오 회사의 특성상 직장여성들의 수가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첫 직장을 청일점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공대생인 나에게는 조심스러우면서 부담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여성들 보다는 남성들과의 인연이 많았고, 조별과제나 공동연구 등 에서 여성들과의 팀웍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억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정도의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도 팀장처럼 직장동료를 '여성' 이라는 하나의 틀로 바라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다보니 팀의 동료들을 대하는데 거리감이 생겼다. '선배님 술 한잔 사주세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잠깐 커피 한잔 하러 가자는 말을 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다른 동기들은 벌써 팀에서 동성 선임들과 점심을 나가서 먹기도 하고 쉽게 친해지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하지만 팀원들과의 서먹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같이 일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있는 관점이 허물어 졌다. 선임 분이 숫자를 잘못 넣어서 몇백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마감기간이 빠듯한 일이다보니 생각하지 못한 실수가 발생하였다. 그 분과 같이 다니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뒤처리를 하였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그분과 친해졌고 ‘직장동료’ 가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여자직장인’ 으로 생각하고 대했던 것이 바뀌었다. 그분도 남자/여자 가 아닌 나와 다든 또다른 직장인 이었다. 나와 비슷한 실수를 하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인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의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좋은 직장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혹은 그녀를 ‘무성(無性)의 직장인’ 으로 생각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로 대한다면 힘든 직장생활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한병철은 '피로사회' 에서 현대 사회인의 삶은  '소진증후군' 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일과 삶에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전부 사용해서 더이상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선 일에 흥미가 없어진다. 또한 삶도 무기력 해지고 나아가 경색성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직장에서 '피곤하다' 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회식이나 야근을 한 것도 아니지만 늘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는 삶은 피로를 야기하기 쉽다. 잠을 자는 것으로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쉬는 것도 능력이 필요하다는 기사들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잘 쉬는 방법은 대부분 잘 알고 있다. 바쁜 사회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피로도' 라는 수치가 있다면 관리하기 편하지 않을까?
 
 게임 속 아바타는 모든 능력치가 수치화되어 있다. 크게는 체력(HP-hit point) 과 마력/정신력 (MP-Magic Point) 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미지를 입으면 히트포인트가 감소하고 마법을 쓰거나 기술을 사용하면 매직포인트가 감소한다. 

 직장인들도 아프거나 출장을 다녀오면 체력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보고서를 쓰거나 회의에 참석하면 정신력이 소진된다. 체력적인 부분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비슷하다. 누구나 심한 독감에 걸리면 쉬어야 한다. 하지만 정신력은 개인별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다르다. 또한 사용 가능한 기술 (보고서, 데이터 정리, 회의 등) 의 카테고리도 다르고 각 기술별로 소모되는 정신력도 다르다.

 연구직으로 근무를 하면 데이터 중심의 보고서를 많이 쓴다. 공대이다 보니 대학생 때부터 데이터를 나열하고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순 데이터 나열식의 보고서는 작성하기가 편하다. 하루 사용 가능한 정신력을 100 으로 본다면 10~20 정도만 사용한다. 반면 회의/토론 문화에는 익숙하지가 않다. 특히 추상적인 주제에 대한 토론은 60~70 정도의 정신력을 사용한다. 회의 후 쉬면서 정신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머리가 멍하고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각자마다 직장생활에 사용가능한 기술이 다르다. 보고서를 작성 하는 것도 사람마다 쉽게 써지는 보고서가 있다. 회의도 마찬가지 이다. 누군가에게는 회의하고 협상하는 일이 정신력 소모가 덜할 수 있다. 각자 '직장생활 기술'에 대한 숙련도가 다르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런 편한 일들은 정신력의 소모도 적다.

 WOW (World of Warcraft, 온라인게임) 에서는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다수의 인원이 팀을 구성한다. 서로의 체력과 정신력을 관리하며 공격하고 기술을 사용한다. 정교한 포인트 관리는 결국 승리를 이끌어 낸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가장 정신력 소모가 큰 일이 무엇인지 빨리 알아내야 한다. 포인트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은 가급적 다른날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면 반드시 정신력을 회복하는 쉬는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제일 좋은 방법은 '멍 때리기' 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 응시하고 있으면 된다. 이는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면 디스크정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멍 때리는' 시간 동안 우리 두뇌는 뇌내환경을 정리하고 정신력을 회복한다. 무언가 응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키네틱 아트' 소품을 활용해 보자. 

* 영화 속 CEO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언맨2 에서 토니스타크의 주의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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