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다로치 (Jenny Darroch) 는 그의 저서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이 소용없는 이유' 에서 여성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를 이야기 하였다. 실패하는 전략은 대부분 소비자를 성별로 나누었다. 단순하게 여성으로 생각하고 그들은 비슷한 소비행태를 가진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명백한 오류였다. 여성을 '소비자' 가 아닌 '여성' 이라는 틀로 묶어버리면, 볼 수 있는 관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여성도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취향이 다르고 소비금액이 다른 것을 간과한 것이다. 고객이 아닌 ‘여성고객’ 으로 판단된 소비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직장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공대생이다. 이는 여성들과는 인연이 멀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대여자’ 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건축이나 기계쪽 학과는 여학생이 없는 곳도 있다. 이런 특성상 여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것이 어렵다. 교양수업 외에는 같이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일을 같이 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이런 내가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청일점이 될 줄은 몰랐다. 팀장을 제외한 팀원들 모두가 여성인 신사업 개발팀 이었다. 팀장과의 첫 면담에서 남자 둘이서 잘지내 보자는 말을 들었다. 생각해보면 팀장도 여성과 남성 직장인을 나누어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화학-바이오 회사의 특성상 직장여성들의 수가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첫 직장을 청일점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공대생인 나에게는 조심스러우면서 부담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여성들 보다는 남성들과의 인연이 많았고, 조별과제나 공동연구 등 에서 여성들과의 팀웍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억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정도의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도 팀장처럼 직장동료를 '여성' 이라는 하나의 틀로 바라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다보니 팀의 동료들을 대하는데 거리감이 생겼다. '선배님 술 한잔 사주세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잠깐 커피 한잔 하러 가자는 말을 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다른 동기들은 벌써 팀에서 동성 선임들과 점심을 나가서 먹기도 하고 쉽게 친해지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하지만 팀원들과의 서먹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같이 일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있는 관점이 허물어 졌다. 선임 분이 숫자를 잘못 넣어서 몇백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마감기간이 빠듯한 일이다보니 생각하지 못한 실수가 발생하였다. 그 분과 같이 다니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뒤처리를 하였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그분과 친해졌고 ‘직장동료’ 가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여자직장인’ 으로 생각하고 대했던 것이 바뀌었다. 그분도 남자/여자 가 아닌 나와 다든 또다른 직장인 이었다. 나와 비슷한 실수를 하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인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의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좋은 직장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혹은 그녀를 ‘무성(無性)의 직장인’ 으로 생각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로 대한다면 힘든 직장생활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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